현대 축구는 단순한 볼 소유와 패스의 연결을 넘어, 전체적인 경기 운영의 디테일과 팀 전술의 정체성이 전술 안에서 구현되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빌드업’은 단순히 공을 후방에서 앞으로 전달하는 기술이 아니라, 팀 전체의 전술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특히 펩 과르디올라, 위르겐 클롭, 루이스 엔리케는 각기 다른 전술 철학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빌드업 시스템을 구축해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세 명장의 빌드업 전략을 비교 분석하며, 현대 축구에서 빌드업이 차지하는 역할과 의미를 짚어봅니다.
펩 과르디올라의 포지셔널 빌드업
펩 과르디올라는 현대 축구 전술의 혁신자로 평가받는 인물로, 특히 ‘포지셔널 플레이’를 빌드업 전략에 정교하게 접목시킨 감독입니다. 그의 축구 철학은 ‘공간의 지배’와 ‘수적 우위 창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한 빌드업 방식은 철저히 조직적이고 분석적입니다. 펩의 팀은 후방에서 골키퍼와 센터백 2명, 수비형 미드필더를 활용해 3각 혹은 4각 형태의 안정된 패스 루트를 구성하고, 그 위에 2선과 3선을 이어주는 다층 구조를 통해 전체 필드를 넓게 활용합니다. 대표적으로 3-2-5 혹은 2-3-5 형태의 빌드업 구조는 측면 자원의 인버티드 역할을 통해 중원을 두텁게 만들고, 상대의 압박을 유도해 그 뒷공간을 공략하는 전략입니다. 특히 맨체스터 시티에서는 존 스톤스를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활용하거나, 로드리를 빌드업의 중심 축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포지션 변화가 활발히 일어납니다. 펩의 전술은 경기 도중에도 지속적으로 구조가 유동적으로 바뀌며,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와 기술적 역량이 크게 요구됩니다. 이와 같은 빌드업은 단순히 공을 전진시키는 것을 넘어서, 상대 수비를 위치적으로 무너뜨리고 수적 우위를 점하는 전략입니다. 펩은 자신이 지휘하는 팀이 ‘공을 가질 때 가장 강하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공격 전개의 첫 시작인 빌드업에 가장 많은 시간과 리소스를 투자합니다. 그는 빌드업을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승리를 위한 주된 무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르겐 클롭의 다이렉트 빌드업과 전환 속도
위르겐 클롭은 독일 출신 감독으로, ‘게겐프레싱’이라는 전술 개념을 세계 축구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의 축구 철학은 에너지 넘치고 속도감 있는 경기 운영에 초점을 맞추며, 이와 같은 특성은 빌드업 방식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클롭은 ‘빌드업은 빠를수록 좋다’는 원칙을 실천하는 감독으로, 후방에서부터 최대한 직선적이고 효율적으로 공을 전개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리버풀 시절, 클롭은 알리송을 포함한 수비진의 정확한 중장거리 패스 능력을 기반으로 빠른 빌드업 전환을 지시했습니다. 특히 풀백인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와 앤드류 로버트슨은 빌드업의 출발점으로서 넓은 지역으로 공을 퍼뜨리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측면 수비수가 아니라, 빌드업의 핵심 중계자이며, 때로는 2선 미드필더 역할까지 수행했습니다. 또한 클롭은 중원의 선수들을 이용해 ‘세컨드 볼’ 상황에서 빠르게 공격 전환이 가능하도록 설계합니다. 그의 전술에서는 짧고 정확한 패스보다는 공격 전환을 위한 빠른 롱패스가 더욱 선호되며, 상대의 압박을 유인하고 이를 역이용하는 방식이 자주 사용됩니다. 전형적인 구조는 4-3-3이지만, 경기 중 상황에 따라 2-3-5 구조로 빌드업을 전환하기도 합니다. 클롭의 빌드업 전략은 선수들에게 강한 피지컬과 높은 전술 이해도를 요구하며, 공을 소유하는 시간을 줄이되, 공이 움직이는 속도와 방향성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는 현대 축구에서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팀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주는 접근 방식입니다.
루이스 엔리케의 하이브리드 빌드업
루이스 엔리케는 스페인식 전통 포제션 축구에 기반을 두면서도, 현대 축구의 변화 흐름에 맞춰 전술적 융합을 시도한 감독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국가대표팀을 이끌면서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과 유기적인 전술 변화를 조합하는 ‘하이브리드 빌드업’ 전략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엔리케의 빌드업 방식은 일정한 틀에 고정되지 않고, 상대 팀의 압박 정도와 경기의 흐름에 따라 패턴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가 중시하는 요소는 ‘패스 전개 속도’, ‘위치 전환의 자연스러움’, ‘선수 간 거리 조절’입니다. 이러한 세부 요소들은 각각의 빌드업 상황에서 최적의 선택지를 찾게 만들며, 선수들의 전술적 자유도와 판단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연결됩니다. 특히 풀백이 미드필더처럼 중앙으로 진입하거나, 공격형 미드필더가 후방으로 내려와 수적 우위를 만드는 전술 변화는 엔리케의 전형적인 빌드업 방식 중 하나입니다. 또한 그는 짧은 패스만을 고수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롱패스나 스위칭 패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기 템포를 조절하는 유연성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접근은 선수들이 각자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전술적 통제 속에서도 다양한 빌드업 루트를 만들 수 있게 합니다. 엔리케는 빌드업을 단순한 출발점이 아닌,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핵심 메커니즘으로 보며, 이에 따른 전술적 대응을 철저히 분석하고 실행에 옮기는 감독입니다.
세 감독은 각기 다른 철학과 팀 컬러를 바탕으로 빌드업 전략을 발전시켜 왔으며, 그들의 전술은 현대 축구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펩은 정밀한 구조와 포지셔널 플레이를 강조하며 공간의 지배를 추구하고, 클롭은 빠른 전환과 다이렉트 빌드업으로 압박과 역습의 흐름을 극대화하며, 엔리케는 유연성과 패턴화를 통해 다양한 공격 루트를 설계합니다. 이 글을 통해 감독별 빌드업 철학을 이해하고, 나아가 축구 전술 분석의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축구를 관전할 때 각 감독의 빌드업 전략에 주목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입니다.